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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큐브에서 둔 게임입니다.
Sviatoslav Richter04-15 22:52 | HIT : 2,236

UPLOAD 1 ::10_0415.pgn (549 Byte) | DOWN : 42

안녕하세요.
한동안 체스를 끊고 지내다가 며칠 전 체스큐브라는 사이트를 알게 돼서 요즘은 레이팅 올리는 재미에 빠져있네요 ^^
제가 필 받았을 때 왕창 몰아 두고 또 한참을 쉬고 그렇습니다 ㅡㅡㅋ
별도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참 좋네요.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나 간편하게 체스를 둘 수 있군요.

제가 흑이고요.
백을 잡은 상대는 1.e3 후에 2.Qh5, 3.Bc4 라는 빠른 메이트를 노리는 오프닝을 뒀습니다.
보통은 1.e4를 한 후에 이런 수를 노리던데, 특이하다면 특이하달까요.
사실 백이 1.e4 이후 2.Qh5, 4.Qf3를 한 경우, 흑은 2...Nc6, 4...Nd4로 퀸을 위협함과 동시에 나이트 포크 (Nxc2)를 노림으로써 백퀸이 뒤로 물러나도록 유도하고, 그래서 백이 템포를 잃고 포지션이 나빠지도록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의 경우...), 이번 상대는 1.e3를 함으로써 흑의 Nd4를 미리 차단하더군요.
많이 쓰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 봤습니다. 알아 뒀다가 저도 써먹어야겠네요.

이후에 백은 g폰을 전진시킴으로써 제 f6 나이트를 위협하고, 반면에 저는 퀸사이드 쪽으로 나이트 포크를 노렸는데요.
사실 저도 잘 둔다고는 못하지만, 흑이 완전 초보라면 백의 이 작전은 먹혀들 확률이 제법 높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흑은 백의 메이트 위협 때문에 핀에 걸린 f6 나이트를 잃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당장은 기물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당황하기도 쉽고요.
당시에 상대방이 망설임 없이 두던 걸로 봐서는 아마 예전에도 썼었고 효과도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겪어본 바로는, 나는 오프닝을 자연스럽게 두는데 상대가 변칙적으로 둔다 싶을 때는, 비록 그게 위협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반드시 약점이 생기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 게임에서도 백이 폰을 전진시키는 동안 기물전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점과, 폰 전진으로 인해 약해진 진영이 무너지는 것을 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백에게 부족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고요.
설사 제 나이트가 폰에게 먹히더라도 백의 폰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방패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메이트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는 셈이죠. 그 동안 제 공격은 상당히 진전될 것이고요.
그래서 나름 나이트 희생을 선택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백이 차라리 폰이 아닌 퀸으로 나이트를 잡았다면?
그럼 둘 다 퀸이 사라진 상태에서 백은 룩을 잃은 대신에 흑은 나이트 하나를 잃었고, 다른 나이트 하나는 백 진영에서 꼼짝 못하고 있으니 흑 입장에서는 좀 더 골치아팠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후 전개는 생각대로 그럭저럭 진행됐는데, 사실 깊게 생각했다기 보다는, 계속해서 백퀸을 몰아붙여서 잡든지 쫓아내든지 하고, 되도록 빨리 f6 폰을 잡아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반면에 백은 구석에 박힌 흑 나이트를 잡아내는데 집중해서 정작 중요한 포지션에는 신경을 못 쓴 듯 보이구요.
사실 이럴 때는 어차피 그 나이트는 제 역할을 못 하니까 그건 잠시 잊어버리고, 포지션 전개에 우선 집중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16.Qe2 이후의 포지션에서 잠깐 갈등했었는데요.


Black to Move

위와 같은 포지션인데,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겠지만, 킹 신변에 위협을 느낀 백이 퀸 교환을 시도했고요.
만약 여기서 교환을 하더라도 제 쪽이 계속 유리했겠지만 (앞선 메이트 위협이 성가셔서 맘편히 교환할까도 생각했습니다), 좀 더 빨리 끝내기 위해 제 딴에는 나름 참신한 16...Bg4!를 뒀습니다.
이후 백킹 주변은 완전히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백의 16.Qe2는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네요.

이후 전개는 보시는 대로고, 마지막에 22...Qa3# 대신에 22...Qb2를 둔 것은 마우스를 잘못 조작해서 그렇습니다, 헤헤

아, 그리고 저만 그렇게 느끼는 지는 모르겠는데, 체스큐브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뭐랄까... 좀 지나치게 공격적이면서 성급하게 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만 그런가요?
이 게임에서처럼 상대가 초보가 아님에도 빠른 메이트를 노리는 경우가 많았고, 오프닝도 정석에서 벗어난 수들을 많이 두더군요. 그러다가 되려 처참하게(?) 져버리는 경우가 제법 있었는데요.
혹시 따로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간편하게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군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레이팅도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서 좀 고평가된 느낌입니다.
저만 해도 1000에서 시작해서 지금 레이팅까지 올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니까요 (한 50게임 남짓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1600대 실력은 당연히 아니고요, FICS나 Playchess 같은 사이트들에 비해 대체로 100~200 정도 낮게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부담없이 간편하게 즐기기에 참 좋은 사이트인 것 같고요.

부족한 게임 하나가지고 말이 참 많았네요.
많은 비평 말씀 주시면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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